민물새우 몸에 붙은 초록색 삐죽삐죽, 처음엔 기생충인 줄 알았지만…

착생조류 Cladogonium kumaki의 정체와 오해, 그리고 관리법

 

민물새우를 키우다 보면, 몸에 이상한 초록색 이끼 같은 게 붙어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특히 복부나 다리 부분에 노랗거나 초록빛 덩어리가 붙어 있으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보고 “기생충 아니야?”, “새우가 아픈 거 아냐?”라는 걱정을 하시곤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생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생충이 아니라 ‘식물’입니다. 정확히는 Cladogonium kumaki(클라도고니움 쿠마키)라는 이름을 가진 착생 조류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사실이 알려져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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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엘로비옵시스라고 추정했다

2018년, 국내외 여러 관상새우 애호가 포럼과 문헌에서 이상한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새우 몸에 덩어리처럼 붙은 녹색 물질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기생생물인 Ellobiopsis(엘로비옵시스)의 일종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엘로비옵시스는 다른 갑각류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흡수하는 진짜 기생 생물로, 육안으로 보이는 덩어리 형태도 매우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학은 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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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으로 드러난 진실

2021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 생물의 18S rRNA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엘로비옵시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이 생물은 조류(식물) 계통, 특히 녹조류(Chlorophyta) 중 Cladophorales라는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 연구팀은 이 생물을 Cladogonium kumaki라는 이름의 새로운 종으로 공식 발표하게 됩니다. 즉, 처음엔 기생충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새우 표면에 붙어 자라는 일종의 식물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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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일까? 이끼일까? 정체는 '착생조류'

Cladogonium kumaki는 기생충이 아닙니다. 새우에 붙어는 있지만, 새우로부터 직접적으로 영양분을 뽑아먹지 않습니다. 이런 생물은 에피비온트(epibiont), 즉 착생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숙주에 해를 주지 않고, 그냥 표면에 붙어 살아가는 생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기생조류’라는 말을 쓰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이 식물이 새우에 ‘붙어 있는 방식’ 때문입니다. 근경(rhizoids)이라는 구조를 통해 새우 껍질에 단단히 고정되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이 구조가 껍질을 뚫고 들어가 미세한 구멍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 구멍으로 인해 2차 감염(곰팡이, 박테리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고, 이 때문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진 것입니다.

배에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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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새우에게 실제로 해로운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2023년 *Maciaszek et al.*의 조사에 따르면, Cladogonium kumaki는 민물새우 중에서도 특히  생이 새우 종류(Neocaridina davidi)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연구진은 총 900마리의 새우를 조사했는데, 야생, 양식장, 수족관 세 그룹에서 각각 24%, 52%, 5%의 비율로 이 조류가 부착돼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새우가 죽은 원인을 역추적해 보면, 꼭 이 조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약한 개체, 수질 악화, 스트레스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겹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실제로 많은 애호가들은 복부에 초록색 덩어리가 있어도 건강하게 활동하는 새우를 자주 목격했다고 보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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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kumaki는 어떻게 자라고 퍼질까?

Cladogonium kumaki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유주자낭(sporangium): 녹색 덩어리처럼 보이며, 조류의 생식 기관
• 직립사: 실 모양의 세포 덩어리, 눈에는 잘 안 보임
• 근경: 새우 껍질에 고정되는 부분

이 조류는 주로 다리나 복부에 부착되며, 건강한 새우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필라멘트 형태로만 존재하다가 환경이 나빠지거나 숙주가 약해질 때 유주자낭이라는 알갱이 구조가 겉으로 드러납니다.
즉, 초록색이 보인다는 건 조류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는 뜻이지, 반드시 새우가 병들었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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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과 관리법은 이렇게!

만약 이 조류의 확산을 줄이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 수질 관리 철저히: 특히 질산염과 인산염 축적을 피해야 합니다.
• 여과기 점검: 스펀지 여과기 등 친환경적인 여과 시스템이 도움이 됩니다.
• 과밀 사육 피하기: 번식장처럼 새우 밀도가 높을수록 감염률이 높아집니다.
• 관찰 위주 관리: 새우가 활발하고 먹이도 잘 먹는다면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수질이 오히려 너무 깨끗한 경우엔 Cladogonium kumaki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시장이나 잘 관리된 수조에서는 감염률이 5%로 낮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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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걱정할 필요 없는 ‘함께 사는 조류’

Cladogonium kumaki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새우들과 공존해 온 존재입니다. 학술적으로는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지만, 실은 많은 민물새우 수조에서 이미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겉보기에는 놀랍고 무섭게 생겼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착생 식물입니다. 오히려 수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표지’가 될 수도 있지요. 물론, 새우가 약해졌거나 환경이 나빠졌을 땐 눈에 띄는 덩어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수질 관리는 항상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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